정확한 기원은 없지만 시집오고 며느리 첫 생일상은 시어머니가 챙겨주는 것이 관습이었다고 한다. 나의 시어머니께서도 내 첫 생일을 상다리가 휘어지게 차려주셨다. 여러모로 늘 감사한 내 어머님의 생신을 맞아, 간만에 실력 발휘를 해봤다. 한식은 늘 드실 수 있으니까 이번에는 조금 색다르게, 그리고 파스타와 피자를 잘 드시는 어머님을 위하여(하지만 느끼한 것은 피해서!) 느끼하지 않도록 신경 쓴 양식 메뉴로 구성했다.
시어머님 생신상 메뉴 구성
- 파히타 (소고기 부채살, 갈비살, 토시살, 돼지전지 풀드포크)
- 라자냐
- 연어샐러드
- 또띠아와 각종 야채
- 코로나 맥주 + 라임 (식전주)
- 고기나 해산물이 없이, 메인이 미역인 미역국
미역국


미역은 다진 마늘과 함께 들기름을 넣고 달달 볶는데 물을 미역이 딱 잠길 정도로 부었다가 졸여주고, 다시 또 딱 잠길 정도로 부었다가 졸여주고를 3번 반복하고 마지막 3번째에 물을 왕창 넣고 푹 끓여준다.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은 담백한 미역국을 좋아하신다고 하셔서, 미역이 보들보들하게 익고난 후에 멸치액젓과 국간장으로 간을 마무리한다.

양파, 토마토, 파프리카를 잘게 썰어 한데 놓고 라임즙과 칠리파우더 등 타코시즈닝에 카이옌페퍼를 더 넣는다. 음식이 느끼할 수 있으니까 곁들이 야채를 조금 매콤하게 준비한다. 내가 먹을 살사에는 고수를 넣고, 남편과 시부모님께서 드실 살사에는 넣지 않는다.
돼지전지 풀드포크


타코시즈닝에 미리 재워 놓은 돼지전지를 양파깔고(양파가 모자라서 고기가 타지 않도록 오븐용 트레이도 깔아주고) 물을 양파만 조금 잠길 정도로 자작하게 부어준 후에 30분동안 끓여주었다.


다 익고 나면 압력 솥에서 꺼내서 스텐볼에 옮겨 담고 솥 안에 우러난 국물과 바베큐소스를 짜넣고 잘 섞어준다.


양파와 크기를 비슷하게 자른 새송이버섯, 파프리카와 마늘까지 팬에 넣어 달달 볶아준다. 야들야들하게 야채가 익고나면 따로 빼주고-



부채살, 갈비살, 토시살을 한입 크기로 잘라 먼저 구워준다.


양쪽으로 야채를 놨다가 한쪽으로 옮긴 후 양상추를 깔아줬다. 소스에 버무려 놓은 풀드포크와 소고기를 올려준다.



샐러드는 루꼴라에 방울토마토와 올리브, 보코치니 모짜렐라, 올리브유, 발사믹 비네거, 레몬즙을 사용했는데 전체적으로 깔끔해서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제대로 했다. 그 위에는 어머님께서 생연어를 좋아하셔서 슬라이스해서 올렸다.

사워크림은 묵직해서 혹시 조금 느끼할 수도 있을 것 같아, 플레인 요거트와 조금 섞어주었다. 그리고 약간 매콤한 맛이 나는 과카몰리, 살사소스, 할라피뇨까지! 이정도면 느끼함을 잡아주기에 딱 좋다.

어머님 아버님께서 주인공이시니까 주인공은 잔을 예쁘게 사용해야 해요. 톡 쏘는 코로나 맥주에 라임을 얹어 드렸다.
생신 축하 드립니다♥

6시부터 9시 30분까지 웃고 떠들고 수다떨고 너무 재미있게 보냈다. 다행히 부모님들께서도 음식이 느끼하지 않다고 하셔서 안심이었고. 신경 쓴 보람이 있다!
그리고 이 날 중에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은.. 시부모님께서 처음 집에 들어오셔서 식탁에 앉으셨을 때였다. 나는 아직 상을 차리고 있었는데, 아버님께서 어머님을 보시며 ‘이렇게 살다 보니, 자기가 이런 상도 다 받아보네.’라고 하셨다. 이후 어머님, 아버님께 미역국을 드리자, 어머님께서, ‘늘 미역국을 차리기만 했지, 받아본 건 처음인 것 같다’하시며 고맙다고 눈물을 보이셨다.
갑자기 나도 울컥하고 남편도 늘 생신 때 밖에서 식사하고 선물을 드렸지, 미역국을 끓여드릴 생각은 못 했다며 죄송한 마음을 비쳤다. 아버님께서도 어머님을 위로해 주시고.
완벽한 상차림은 아니었지만, 우리 삶의 한 포인트가 된 것 같아 행복한 날이었다.
다가올 아버님 생신에는 한식을 좋아하시니까 주인공께서 좋아하시는 한식으로 진행해야겠다!